당신이 좋아요
2012
서울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
난 이런 기분 좋은 일이 계속 있었으면 했고 믿는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 마음을 표현하고 응원하며 그분들이 계속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기운을 퍼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지하는 사람을 찾는 모임을 갖고, 기획자-강성몽, 평론가-정현, 영상물제작자-김지현, 김혜선 등 이 일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영상물, 사진과 글 등을 만들어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최상일 피디는 우리의 민요 만삼천곡-전국-북한을 포함하여 찾아 기록했다.
농요는 들에서 여럿이 함께 일하며 부르는 노래다. 농촌이 붕괴하면서 농요는 사라져갔다. 삶과 노동, 믿음이 합치된 세계 안에서 불렀던 노래가 바로 농요다.
일하는 사람이 노래하는 사람이고, 들의 주인이었다. 농부는 가난해도 주체적으로 살았다.
이제 사람들은 노래방 기계 앞에서만 노래를 부른다. 가수가 노래하고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에서 구경을 한다. 이런 현실에서 최상일 피디는 농요를 채집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되는 일치된 삶에서 나오는 힘이 농요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광부의 딸로서, 부모에게 공부만이 살 길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고전학자 고미숙은 “공부가 세상을 구한다.” “공부해서 남 주자.”하고 말한다.
고미숙은 아주 단순하게 명료한 사람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같은 건 버린 지 오래되었다. 어차피 힘들지 않은 시절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세상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기의 욕망을 얼마나 덜어낼 수 있는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제도권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다. 그녀는 지식인 공동체인 남산 강학원에서 몸 삶, 앎과 글이 일치하는 삶을 추구한다.
노네임노샵은 ‘고집스럽고 선량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디자인을 ‘스타일’로 풀지 않는다. 디자인 과잉을 경계한다. 그들은 디자인을 통해 깊이 있게 삶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원목이 아닌 베니어 나왕합판 같은 저렴한 재료를 사용한다. 누구나 쉽게 살 수 있고,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재료다. 만드는 방법도 공개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대개의 사람들에게 시간은 돈이지만 이들은 비용에 상관없이 시간을 무척 많이 들여 작업한다. 그들은 좁은 공간에 사는 보통 사람들을 배려한다. 이동이 쉽고, 접거나 펴기 쉬운데 이들 가구의 특징인 까닭이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게 얼마나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지...
전시를 준비하며 여러 사람을 만났다.
오랫동안 속으로만 좋아하던 사람도 있고 친구를 통해 최근에 알게 된 사람도 있다.
그들을 찾고 만나는 동안 나는 즐거웠다. 같은 시대를 살며 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기쁘다.
생각을 물질화 한 게 작업이다. 하지만 자본에 예속되어 생기도, 상상력도 감동도 없는 작업이 너무 많다. 작업을 통해 감동이 차지해야 할 자리에 자본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앞으론 그림을 팔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 어떤 작가라도 자기 그림을 다 팔순 없다. 그림을 잔뜩 싸안고 있는 모양새가 불편했다. 이 같은 이유로 난 내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넉넉지 않은 살림으로 많은 사람에게 부탁하고 도움을 받았다. 그러면서 친구가 되기도 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같이 부대끼고 고민하는 사이에 그러다 의미 있는 관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핍이 주는 풍요로움이다.
그래서 내 그림을 팔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선물이라는 행위를 통해 주체적으로 그림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 그림을 공적 가치, 여럿이 함께 사는 삶에 대하여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로 한 이유다.
나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그들이 내게 위로가 되었던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그러고 싶다. 그들을 통해 마음이 움직이고 나를 찾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를 탐구해간다. 그들을 만나며 내가 살아있는게 기쁘다고 느낀다.
그들이 일하는 소박하고 좁은 공간에 내 그림이 걸렸으면 좋겠다. 내 그림을 보고 그들의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계속 지금 같은 모습을 보여 달라고 내가 건네는 응원이다. 앞으로 ‘당신이 좋아요’ 전시는 나를 시작으로 작기든 회사원이든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